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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체주의와 선동언론의 유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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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Animal Farm), 1945>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혁명에서 승리한 후 동물들이 ‘일곱 계명’을 벽에 기록하는 장면이다.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로 시작되는 동물들의 새로운 다짐은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계명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이다.

 

하지만 일곱 계명은 ‘예외’를 두면서 하나씩 서서히 무너진다. 예컨대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는 계명은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로 바뀐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계명은 “어떤 동물도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로 바뀐다. 새로운 지배계급이 된 돼지들이 침대를 이용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한 것이다.

 

동물들이 만든 사회는 아무도 자기 생각을 감히 꺼내놓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동물들이 무서운 죄를 자백한 다음 갈가리 찢겨 죽는 꼴을 보아야 하는 공포사회였다. 동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반항하려 할 때마다 돼지들은 날카롭게 대꾸한다. “그럼 존스(옛 농장주)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는 말인가?” ‘동물 농장’은 결국 모든 계명이 사라지고 오직 하나의 계명만 남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마지막 계명에는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가 덧붙여진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혁명을 통해 인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이상 사회를 건설한 동물 공동체가 변질되는 모습을 통해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며 스탈린 독재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작중 등장인물 중 인간 주인인 존즈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를, 혁명을 호소하는 늙은 메이저는 마르크스를,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나폴레옹에게 축출당하는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상징한다.

 

또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학살’과 ‘외양간 전투’ 역시 각기 스탈린 시대의 대숙청과 연합군 침공 등으로 연결된다. 이 작품은 인류가 사회를 이루고 살 때부터 벌어진 ‘독재’를 등장인물과 사건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혁명이 성공한 후에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이 어떻게 국민을 속이고 핍박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물농장’을 옛 소련에만 대입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지구의 어떤 나라에도 동물농장은 살아 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51> 에서 “전체주의의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당원이 아니라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그녀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발견했다. 악인으로 인식되지 않는 평범한 인물이 기계적으로 국가의 명령에 순종(obedience)하여 태연하게 끔찍한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민사원(People's Temple)의 사례를 보자. 제임스 워런 존스는 평등, 정의와 사회진보를 외쳤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는 하나님이 아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인민사원에 모였고 1978년 11월 18일 총 918명이 가이아나에서 자살하거나 살해당했다. 존스가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다.”고 선언하며 청산가리를 탄 주스를 마시라고 명령하자 고학력 엘리트를 포함한 존스의 추종자들은 순종했다.

 

우리는 나치와 스탈린 독재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탄압의 스토리가 진흙탕 역사의 수레바퀴 밑으로 들어갔다가 등장하기를 반복하는 현장을 목도해 왔다. 이것은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전체주의 사고와 신념을 가진 정치모리배집단과 선동언론이 정언유착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을 조종하려 들고 있어 우리의 자유와 인권이 치명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대중조작과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세력이 유발하는 것은 사회 혼란이며 겨냥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은 진실한 사실(facts)과 의견(opinion)을 기반으로 대화와 타협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회에 거짓과 날조가 난무하면 타협점을 찾을 방법이 사라진다. 심지어 타협해야 할 이유조차 사라지게 된다. 무엇이 진리이고 진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의 종착점은 결국 전체주의일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진실(Truth)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한다. 반대로 거짓(Falsehood)은 아름다운 저녁노을처럼 모든 것을 멋지게 보이게 한다.” 카뮈가 살던 때 보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훨씬 더 모호해진 지금이야말로 그의 말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사람들은 진실이 주는 고통보다도 거짓이 선사하는 아름답고 멋진 환상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왜 다수는 소수에 복종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지배자는 피지배자를 힘이 아니라 의견(opinion)과 권리(rights)에 의해 통치한다고 일찍이 설파했다. 언론은 의견을 통해 사람들을 조종한다. 그렇기에 양식 있는 시민들은 선동언론의 그럴듯한 거짓말을 경계해야만 한다. 우리가 진실한 것과 매력적인 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때 전체주의가 시작된다. 바로 그 순간 민주주의로 포장됐으나 실은 공포와 억압의 길로 가게 된다.

 

헌법은 언론으로 하여금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동료 시민’의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강자에겐 애완견, 약자에겐 공격견’이란 조롱거리가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정한 ‘감시견(Watch Dog)’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선동언론은 헌법이 기대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악용하여 특정 정파와 야합하고 시민을 물어뜯고 공격하는 공격견이 되어버린 듯하다.

 

선동언론이 스스로 악의 평범성을 경계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동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이다. 그들은 사실을 알리고 권력을 비판한다는 핑계로 사실을 조작하고 돈벌이에 몰두하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우리 각자가 선동언론의 실태를 인식하고 악의 평범성을 경계하는 깨어 있는 지성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가 ‘전체와 공익’이라는 미명아래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이 난도질 되어도 좋은 사회인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독일계 미국인 작가인 찰스 부코스키는 “지식인은 의심으로 가득 찬 반면, 우매한 인간들은 자신감이 넘친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을 꿰뚫는 사람들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성찰한다. 반면 생각하지 않고, 보려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작고 단편적인 사실에 집착한다. 이들은 자신이 확신하는 많은 사실 이외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자신감 넘치는 ‘바보’가 된다. 우리는 선동 언론이 제시하는 정파적·상업적 프레임이 아니라, 사실(facts)에 근거하여 세상을 볼 수 있는 태도와 관점,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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