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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하버드·예일대 출신 김진우 박사에게 듣는 공부 방법(2) – 제대로 쓰기

- 글쓰기는 인간의 지적 노동 중 가장 어려운 부분…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길
- 4차 산업혁명시기에는 글을 잘 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 독서를 할 때와 글을 쓸 때에는 규율(discipline)이 필요, 규율은 습관이 되어야

지난 4월 8일, 세르모그룹 대표인 김진우 박사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김 박사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지난 칼럼: http://www.lkp.news/news/article.html?no=8685

 

 

김 박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미국 정부기관의 최고위직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해 준 바탕이 인문학 교육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적인 것에는 남다른 배움의 자세와 교육 철학이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김진우 박사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1. 김 박사님, 지난번 인터뷰에서는 잘 읽어야만 잘 쓸 수 있다고, 그리고 이 두 순서는 절대 바뀔 수 없다고 하셨는데요.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읽기와 쓰기, 그리고 말하기까지  이 3가지 항목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문장을 제대로 읽어야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 순서는 매우 중요하죠. 위대한 작가들은 훌륭한 독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운동신경을 가져야 스포츠를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신경을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야구선수, 축구선수, 더 나아가 손흥민처럼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신경이 없으면 일단 스포츠를 잘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운동신경은 제대로 읽는 법을 말하는 것이고, 제대로 쓰는 법은 운동선수가 되는 것, 위대한 작가는 손흥민으로 비유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고, 더 나아가 말(논쟁, debate)을 잘할 수 있습니다. 말만 유창한 사람이 쓴 글을 보면 형편없는 경우가 있고, 제대로 읽을수 없습니다. 콘텐츠와 논리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저는 언제나 고전 명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전은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어려운 주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고전명작은 일반적이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truth)’를 담고 있습니다. 고전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고전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 교육과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과목만을 가르치는 것이 ‘배움’이라면 교육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교육은 인기 경연대회가 아닙니다. 교육은 솔직히 쉽고 재미있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의 큰 소임 중 하나로, 저만의 교육 컨설팅을 통해 학생들이 고전 명작을 제대로 읽게 하여 참된 지식과 참된 진리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2.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왜 글쓰기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은 말을 통해 생각을 그립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서술하거나, 가르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자체는 매우 개인적인 일이지만, 글을 쓸 때는 나 자신을 넘어서 써야 합니다.

 

핵무기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소폭탄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핵탄두 설계자조차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상대방에게 글이나 말로 정확히 전달하고, 보고해야 합니다. 물리학자 본인만이 이해하는 글로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그 보고서를 가지고 어떻게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이게 쉬운 일은이 아니라는 겁니다.

 

글쓰기는 인간의 지적노동 중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글은 비록 혼자 쓰지만, 쓰여진 단어 하나 하나는 모두 의미를 가지고 글쓴이의 의도를 전달하고 표현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길이며, 그 목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샘’과 같습니다.

 

그 ‘샘’에서 어떤 이는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링컨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고 호소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처럼 될 수 없지만 저마다 특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임무 중 하나는 학생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며, 학생들 내면깊숙이 숨어있는 보석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3. 현재 유행하는 책들을 고전명작과 비교해보면 깊이가 있거나, 깨달음이 있거나 여운이 오래 남는 책들은 현격히 적은데요. 글의 가치와 원칙, 방법의 변화에 대해 김 박사님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가요?

 

현대 우리 사회는 지나친 ‘자기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나’의 감정 위주의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바깥세상을 통해 내면을 살펴보지만, 요즘은 내면을 통해 바깥세상에 반영하는 한쪽 방향의 글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찰스 디킨스는 산업화된 영국에 대해 쓰면서 그러한 변화에 따른 인간적인 부분을 탐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현대 작가들은 자신들의 관점과 경험을 위주로 글을 쓰며, 본인이 “전부”라고 착각합니다. 제가 이러한 나르시시즘을 배척하는 것은 오만함 때문이 아니라 상상력의 빈곤과 인류애의 결핍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반(反)지식적이고 반(反)합리적입니다.


4. 인공지능, 빅 데이터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독서, 글쓰기, 인문학 등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는 오히려 글을 잘 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나 자료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제되지 않고 쓸모 없는 경우가 많지요.

 

미국의 국방부 한 관료는 빅데이터에 대해 "원료에서 불순물을 걸러내야 황금 덩어리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글을 깊게 읽고 제대로 써서 얻은 ‘분석적인 기술’만이 그 진리의 황금 덩어리를 골라내고 찾아낼 수 있는 실력입니다.

 

문자, 채팅, 트위터와 같은 인터넷의 보편화는 글쓰기 기술을 약화시켰습니다. 제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더 이상 좋은 문장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실망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내용의 흐름을 타는 것이 어려워지고 생각의 유연성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일시적이고, 산발적이고, 끊어지고, 즉흥적입니다.

 

어찌 보면, 생각의 연속성이 없으니 글쓰기의 연속성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약화됐습니다. 제대로 연결된 내용(continuous story)이 없기 때문이죠.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는 소위 ‘민주화’ 되었지만 질적인 우수함과 수준은 형편 없어졌습니다. 민주주의에서 투표권은 평등하죠. 그러나 이 평등의 가치는 지식에 적용할 수 없으며, 적용되어서도 안됩니다. 지식에는 “급”이 있습니다.  지식이 급이 없다면, 사람들이 그 지식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이러한 질적인 차이를 알아가는 우리의 노력이 의미가 있어야 우리의  삶의 목적도 있지 않을까요?  

 

5. 김 박사님께서 영어로 작성한 보고서나 칼럼을 보면 굉장히 깔끔하게 작성하시는데요. 가끔 생소한 단어들이 있어서 사전을 찾아보면 멋진 의미를 가진 단어도 많았구요. 박사님께서는 글을 쓰실 때 어떤 철학을 가지고 쓰시나요? 

 

저는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단순하게 쓰지 않습니다. 첫 문장을 쓰기 전에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합니다. 이는 글 쓰는 시간 전체의 약 80%를 할애하는데, 이 시간을 통해 저는 제 생각을 명료하게 합니다. 그 다음에 제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저는 초고를 가차없이 에디팅을 한 후, 글을 잘 쓰고 믿을 만한 친구에게 잔인하게 검토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누군가 제 글을 꼼꼼하게 에디팅하고, 더 정교하게 문장을 다듬고, 예쁘게 만들어준다면 저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받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저는 다시 재편집을 합니다. 저는 항상 완벽한 단어를 찾고, 기억에 남는 문장을 만들고, 아름다운 문구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적어도 10번 이상의 에디팅을 거친 후에야 완성된 원고가 나옵니다.

 

저는 헤밍웨이의 ‘엄격하고 간결한’ 스타일을 선호하면서도, 톨스토이와 노보코프의 ‘부드럽고 우아함’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도 좋아합니다. 우리의 삶이 구체적이기만 하고 아름다움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짧은 문장이 긴 문장보다 낫다’거나, ‘평범한 문장이 화려한 문장보다 좋다’라는 정형화 된 글쓰기 추세나 글쓰기 지도법을 믿지 않습니다. 글쓰기에는 제대로 된 공식이 없습니다. 그러한 형식만 추구한다면 그 틀에만 집착해 본인만의 목소리가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 제가 쓴 글에 대해 ‘글을 너무 어렵게 쓴다’, ‘단어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이나 글을 읽는 독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가정합니다. 제가 쉬운 단어를 선택하여 글을 작성한다면 제 글을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들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고 무시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저와 같은 사전을 가지고 있기에, 물론 그들의 선택이지만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직접 찾아보면서 같이 공부하며 성장해가면 됩니다.

 

윌리엄 버클리(Buckley)는 저와 같은 비판을 받을 때 “내가 화려한 단어를 쓰는 이유는 간결함을 위한 것이지 논쟁하려 쓰는 것은 아니다(I am lapidary but not eristic when I use big words)”라고 본인의 칼럼제목을 통해 냉소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영어 문장을 보시면 어렵지만 아름답고 간결한 단어들을 사용하였죠. 저는 뿌리가 깊은 단어를 좋아합니다.

 

저는 제 글이나 연설문에 ‘화려한 (fancy)’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에 변명을 하거나 유감을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써서 피상적인 인기를 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6. 요즘 시대에 독서와 글쓰기가 힘들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박사님은 이들에게 어떠한 조언과 제안을 하고 싶으신가요?

 

책을 읽고, 글을 쓸 때에는 규율(discipline)이 필요합니다. 즉, 내용을 읽기 위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규율’과 글을 쓰기 위해 앉아있어야 하는 ‘규율’을 말합니다. 이러한 규율을 숨쉬듯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리버티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한가지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끄세요. 그리고 책 한 권을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장편소설일 필요는 없지만, 좋은 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제가 책 한 권 추천한다면 에덴의 동쪽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한번에 완독을 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사실 이 책을 완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읽으면서 책 여백에 여러분의 생각과 느낌을 메모하고, 한 페이지 분량의 리뷰 에세이를 영어로 작성한 후 저에게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저에게 5월 19일까지 리뷰에세이를 보내주신 분들께는 제가 하나하나씩 읽고 가능한 한 모든 분들께 영어로 피드백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명심할 것은 1. 한번에 책 완독 2. 한 페이지 리뷰를 영어(워드파일)로 작성입니다. (이메일주소: office@sermo.co.kr)

 

여러분들이 리뷰에세이 작성을 위해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 놓쳤던 친구들과의 채팅 및 동영상 등은 독서를 마친 그 이후에도 놓치지 않고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또 한가지 제가 확신하는 것은 책 한 권을 완독 후, 여러분의 얼굴이 행복한 성취자에게만 나올 수 있는 미소로 표정이 밝아질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진리’는 절대 ‘구글’창에 검색해서 찾아 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름길도 없으며, 답이 금방 튀어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배움의 과정을 오롯이 스스로 ‘통과’해야만 합니다.

 

 

 

 

§§§ 김진우 박사는 영어 컨설팅 회사인 세르모그룹(SERMO Group)의 대표이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이다. 김 박사는 미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학사,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김 박사는 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선임분석관, 미 전략사령부(STRATCOM)와 NATO의 핵 억지력 및 타격작전에 대해 자문역을 역임하였다. 미 국방부 산하 총괄평가국 국장이었던 Andrew Marshall의 특별 보좌관, 미 국무부 검증∙준수∙이행국 총괄 선임고문으로 재직하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정부 최고위급에서 근무하며 극도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업무를 하였다.

 

세르모그룹 홈페이지 주소 ☞ http://www.serm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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