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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 3월 26일...

- 안중근과 천안함, 그리고 이승만
- ‘나은 국민’을 믿고 희망으로 삼아
- 역사를 기억하고자 태극기를 내건다

李  斧 

 

아파트 단지 화단에는 문득 목련이 하얀 꽃을 달기 시작했다. 그 꽃에 놀라 “어느새?”하는 순간, 화단 옆 보도블럭 틈을 비집고 나온 민들레꽃을 피하려다 멈칫한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 또 여기까지 왔다.

 

세월의 흐름에서 특정의 날짜를 기억·추억하는 건 역사를 의식한다는 징표가 아닐까. 바로 이즈음 그 해들에도 ‘3월 26일’ 이었다.

 

 

“내가 조선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들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

 

대한제국 의병참모중장 안중근 의사가 형장에서 순국(殉國)하신 날이다. 1909년 10월 26일 만주(滿洲) 하얼빈역 거사(擧事)후 만 5개월이 지났다.

1910년 3월 26일. 1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제국주의의 심장’격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射殺)했건만, 이미 기울어진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없었다.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황인희 지음]의 작가는 ‘나라를 망친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그들[조선의 정치가들]에게 국가나 국가에 기대 사는 일반 백성들은 대체 무엇으로 보였을까?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존재였던 국가나 백성이 그들에겐 어찌되든 상관없는 존재로 보였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의 배를 불려주는 도구로 여겼던 것 같다.” 이어서 오늘을 진단한다.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떠나서 국가와 민족까지를 내다보고 있을까? 고개를 들어 멀리 보지 않으면, 눈을 크게 떠서 넓은 세상을 보지 않으면 나라는 다시 위태로워질 수 있고 망국의 치욕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그 후, 망해서 잃은 나라를 딛고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세운 나라... 온갖 역경과 도전에 맞서 남 부끄럽지 않게 먹고 살만해졌다. 갈라진 땅 저편 북녘 세습독재의 ‘적화통일’을 노린 부단한 훼방과 도발은 계속되었지만...

 

 

2010년 3월 26일... 벌써 10년이 지났다.

 

1987년 건조되어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에도 참가했던 역전의 초계함 ‘천안함’이 북녘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침몰되었다. 시퍼렇게 젊은 이 나라 ‘바다의 용사’ 46명이 전사(戰死)했다.

 

적(敵)의 노림수를 따지기에 앞서 저들이 과연 이런 기습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을 나름대로 짚어봤다. 결코 ‘지난 일’이 아닐 듯하다.

 

이 나라 군대가 저런 기습에 대해 즉각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응징 보복할 결기를 갖고 있었다면, 적(敵)이 그걸 알고 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이 나라 ‘국민’들이 그 결기를 뒷받침 할 결연한 뜻을 재빨리 모으리라고 판단했어도 무모한 짓거리를 저질렀겠는가. ‘국민’과 ‘국민의 군대’가 힘과 능력이 있었음에도, 우습게 보인 결과 아니겠는가.

특히, 적(敵)에게 어떻게든 면죄부를 주려고 음모론의 변주곡(變奏曲)을 울려대던 무리들이 이 나라에 기생(寄生)하고 있지 않았어도, 저들이 무작정 감행했을까.

 

 

그리고 시계바늘을 한 참 되돌린다. 145년 전인 1875년...

 

그 해 가을에 이른바 ‘운양호(雲揚號) 사건’이 발발한다. 대륙 진출을 노린 왜국(倭國)이 한반도 침략을 위해 저지른 군사적 도발이었다. 이후 한반도는 서구 열강의 낚시터[각축장]로 변모했고, 30년 후에 조선은 국권(國權)을 상실하게 된다.

 

 

‘사건’ 약 반 년 전인 3월 26일. 황해도 평산에서 한 생명이 탄생한다. 구구절절한 가설(假說) 따위는 집어치우고, 단순명료하게 가히 이 민족 이 나라에 축복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 싶다.

 

조선[대한제국]의 젊은 혁명가였으며, 훗날 이 나라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박사다. 그가 걸어온 역정은 그 자체로 이 나라 창업의 ‘대하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별도의 사설(辭說)이 필요치 않을 테니 생략한다.

 

다시 2020년 3월 26일.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어느 국제정치학자는 아무개 일간지에 실린 칼럼 서두에서 이 나라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극적으로 설파했다.

 

“미증유의 거대한 태풍이 한반도를 직격했다. 바이러스, 경제 위기, 북한이라는 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서 하나의 거대 태풍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게 되었다...”

 

한마디로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처지란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동의하더라도 그 근본적이고 다양한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듯한데...

지정학(地政學), 집권 세력의 부패·무능과 꼼수, 구성원들 간의 분열, 이념과 가치의 혼돈, 외세의 장난질 등등...

하지만 어디 한 두 서너 가지로만 단정·특정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감히 주창하고자 한다. 마침 이 계절을 맞으며...

 

“3월 26일을 되씹자!”

 

안중근 의사가 되살리고자 했던 나라... 그러나 그 망국(亡國)의 쓰레기 정치인들이 날뛴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백성(百姓) 취급’을 그대로 따라한다. 말마따나 ‘조국 스럽다’에 걸맞는, 그걸 자랑스럽게 내건 작자들이 거리낌 없이 활갯짓을 한다.

 

적(敵)의 군사도발에 상투적 ‘말 대응’이 전부다. 때론 침묵한다. 묵시적 방조(傍助)에 다름 아니다. 10년 전의 상처를 ‘소 닭 보듯’ 한다. 올해도 번드르르한 말 따먹기와 겉치레로 때우고 지나가려 할 것이다.

 

조선의 스물아홉 청년 혁명가가 이미 끊어진 조국의 명(命)줄을 이어보고자 한성감옥(漢城監獄)에서 필(筆)로써 토했던 사자후(獅子吼)를 들어봤나.

그의 ‘독립정신’과 그가 주도하여 천신만고 끝에 세운 이 나라의 ‘건국이념’불온시(不穩視)한다. 그걸 무시해 버리자고 한다. 그 무리들의 역사 농단이 이 나라를 ‘미증유의 태풍 앞에 등불’로 이끌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에 맞서며...

 

죽음 앞에서 안중근 의사가 호소한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할” 형제자매를 믿고 싶다.

 

 

이와 함께, 특히나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의 생사(生死)가 걸린 ‘총선’(總選)을 목전에 두고, 청년 혁명가 이승만의 사자후에서 그나마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여러 차례 인용한 대목이다.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나은 데 그 나라가 어찌 다른 나라보다 못하겠는가.”

 

올해도 제 딴에는 역사를 잊지 않겠다며 그 3월 26일에 태극기를 내건다.

<本報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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