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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우선주의가 먼로주의 전통을 잇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건설에는 무관심

  • 임수환
  • 등록 2019.01.28 16:47:26
  • 조회수 34

미국이 경제적 손해를 무릅쓰고 국제경찰 역할을 떠맡을 필요가 없다고 믿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문제 개입에는 적극적이다. 김정은, 푸틴, 시진핑과 같은 독재자들과 협상하며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용감하게 니콜라스 마두라와 그 정권에게 항의하며 자유와 법의 지배를 요구한다”고 말하며 독재자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건설에 가치를 두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TPP 협상을 무산시키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하고 한미 FTA와 NAFTA파기를 위협해서 재협상했다.  한국이나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 가능성도 내놓고 동맹국들에게 주둔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전후 70년에 걸쳐 자유주의 국제질서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건설을 주도하는 것이 미국의 장기적 이익이라고 믿어 왔다. 미군의 해외주둔비용이 지출되지만 동맹을 활용함으로써 얻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지출에 비하여 더 크다고 생각해 왔다.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건설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우방들과의 협력관계를 제도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에 반대하는 나라들은 협력이 아니라 경쟁상대이거나 적대국으로 취급된다.


미국이 국제기구를 설립하여 국제협력을 제도화하는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이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늦게 참가했지만 국제연맹에 가입하지 않고 고립주의 원칙을 지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미국은 해외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고립주의 외교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외교에서 미국외교가 고립주의 전통으로 복귀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미국이 고립주의 외교전통을 고수하던 시절 국제정치는 유럽열강들에 의하여 주도되어 왔다. 19세기까지 유럽열강들은 합종연횡하며 국가이익을 추구했다. 그 와중에서 작은 나라들은 희생되고 식민화되기 일쑤였다. 당시 미국인들은 피로 얼룩진 유럽열강들의 국제정치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무역이익을 누리는 것을 외교적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얻은 필리핀과 괌의 획득을 끝으로 식민지 쟁탈전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았다.


건국 초부터 시작되었던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전통은 1823년에 나온 먼로 독트린으로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12월 2일 의회에 보낸 국정연설은 미국이 유럽문제로 인한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 것처럼 유럽국가들이 서반구(미주대륙)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내용 즉 먼로 독트린을 담고 있었다.


먼로 독트린이 나온 이후 미국외교의 고립주의 원칙은 국제문제에 대한 불개입과 중남미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동맹관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 보이면서도 베네수엘라 문제에는 적극개입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중성은  먼로주의로부터 나온다고 이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건설하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통을 버리고 19세기 미국의 전통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정부는 마두로에 대항하여 행정권 이양을 요구하는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하고, 다른 남미국가들에게도 같은 외교조치를 설득하고 있다. 유럽연합, 캐나다, 브라질, 칠레,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등도 마두로의 하야를 요구했다.

 

마두로는 차베스에 의하여 지명된 후계자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 무모한 통화증발과 재분배정책을 실시하여 천만 퍼센트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범죄가 만연하는 등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 그는 군부 지도자들에게 경제적 이권을 분배하면서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대중의 항의시위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진압하고 있다. 그는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유력한 야당 지도자들을 투옥시켰는데, 야당 지도자 자신들도 대부분 특권층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마두로 독재권력을 대체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왔다.  


마두로는 지난 10일 제2기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는데, 재선을 위해 작년 5월 치룬 대통령 선거는 국제사회가 인정해 주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은 부정행위로 점철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8월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反) 마두로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일부 군부 지도자들과 비밀접촉을 실행했다는 보도도 있었다(뉴욕타임스 2018년 9월 8일).


지난 23일 베네수엘라 주요도시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결집해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과이도 국회의장은 “나는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가 행정권력을 공식적으로 행사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언했다. 한 나라에 두 사람의 대통령이 권력을 다투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도 하에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베네수엘라 군부 내에 이반의 조짐이 보이며 마두로 대통령도 야당세력에게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민생파탄은 이미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마두로에 대한 군부의 지지가 약화되는 것이 베네수엘라 정권교체의 관건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먼로 독트린의 전통에 비추어 볼 때,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정부의 적극적 개입의지와 그 실효성은 아메리카 대륙문제에 국한하여 통용되는 것으로 읽힌다. 19세기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자기 세력권으로 확보하는 한편, 아메리카 대륙 밖에서는 유럽열강의 무력대립으로부터 초연한 입장에서 무역이익을 추구했다. 


당시 미국은 유럽열강들의 중국내 조차지 획득경쟁에도  뛰어들지 않고 중국시장의 개방 원칙의 준수를 요구하는 Open Door Policy를 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가 미국외교를 자유주의 국제질서 건설전통으로부터 단절시키는 대신 먼로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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