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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장 확대 없는 남북경협이 몰고 올 남한 실업대란 생각해 보았나

제조를 북한에 하청 시 많은 남한 일자리가 북에 넘어가
새로운 시장 창출 없으면 북한 하청의 가치 특별하지 않아
한정된 시장을 놓고 남과 북이 나눠먹는 상황은 지양해야

엊그제 남북 철도 공동조사 열차가 북으로 넘어갔다. 현 정권은 빠른 속도로 옅어지고 있는 북한 비핵화 기대를 남북경협 희망으로 채울 심산인지 끊임없이 이벤트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김정은이 서울 답방 가능성을 흘리는 등 지지율 방어에 이미 톡톡히 재미를 본 북풍 살리기에 모두를 건 것 같다.

 

그럼 현 정권 좌파세력의 주장처럼 남북경협은 무조건 선이고 남한에 이득일까.

세상에 경우를 막론하고 절대적으로 옳거나 좋은 일은 없다.

남북경협도 무조건 선은 아니다.

납북경협이 선이 되려면 우선 북한의 민생 향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민생은 북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실질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현재의 개성공단 같은 고립되고 통제된 개발특구들은 북한 정권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개성공단 지지자들은 그래도 그 속에서 북한이 자본주의를 배우게 된다고 떠들지만 사실 그들 자신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믿는다면 그런 자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다. 남한이 개성공단 방식의 남북경협에 적극 참여하면 할수록 북한은 개혁개방의 가능성에서 멀어진다. 독재정권은 통치할 자금만 있으면 통제를 흐트러뜨리게 될 자유를 주민들에게 주지 않는다. 즉 논리적으로 개성공단은 선이 아닌 악이 된다.

그러면 남북경협이 남한에는 이득이 될까.

흔히 남북경협을 말할 때 남과 북의 분업이 거론된다. 대체로 남한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북한 이전에는 이견이 없다. 대신 남한은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내지는 자본집약적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상적 이상적 사고에 기인한 이론일 뿐이다. 실제로 남과 북이 순조롭게 사이좋게 분업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이 분업에서 남한은 기대만큼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이는 물론 북한이 완전한 개혁개방을 했거나 자유화되었을 때를 전제로 한다.

남한의 노동집약적 제조분야가 모두 북한으로 넘어간다고 할 때 남한에서 이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그들을 어떻게 소화할지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갑자기 고부가가치 분야로 전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 사람들이 북한으로 다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남한 기업은 한동안 이득을 본다. 북한의 싼 노동력 덕분이다. 북한이 동남아보다 경쟁력이 있다면 언어가 통하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 유라시아대륙과 육지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등이다. 즉 저렴한 노동력은 꼭 북한이 아니어도 동남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같은 대체지가 얼마든지 있다.

남한 대기업 노조가 제조능력의 해외 진출을 극도로 경계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이런 제조의 글로벌화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낮은 외국에서 만들어진 원가경쟁력 있는 한국 브랜드 차들이 고임금의 비싼 한국산 차들의 수출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 그만큼 한국에서 제조 물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러운 일자리 감소를 불러온다.

이런 이치는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북한이 제조 하청기지 역할을 할 때 만들어진 제품들은 결국 남한이 개척한 시장에서 수주한 물량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포화상태이다. 수요가 없어서 팔지 못하지 만들지 못해서 못 파는 세상은 이제 더는 아니다. 결국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 그 걸 나눠먹는 치열한 경쟁이 바로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물론 스마트폰 같이 시장을 새로 만들어내는 거대한 혁신의 경우처럼 예외는 있다.

과거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은 사정이 좀 달랐다. 중국은 저렴한 제조업기지인 동시에 거대한 시장이었다. 한국기업들은 중국공장에서 만드는 완제품에 한국산 원자재 또는 중간재를 수입하여 썼고 만든 제품을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화시킴으로써 한국산 제품의 다른 해외시장을 잠식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일자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시장이 미미하다. 북한에서 만든 제품은 부득불 한국이 개척한 시장을 통해 수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이 확대되어 수출물량을 키우지 못하는 이상 남한과 북한은 한정된 시장을 놓고 물량을 나누어먹는 형국이 된다. 일자리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웬만한 제조업 일자리는 모두 북한에 넘겨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때에도 남한 기업 강성노조가 지금처럼 남북협력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수 있을까.

 

남북경협이 마냥 장밋빛이 아닐 것이라는 근거들은 우리민족끼리같은 유아적 감상주의 내지는 이념에 경도된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경제논리에 입각하게 되면 얼마든지 보인다. 지금 남한이 현 정부가 정치논리에 치우친 경제정책들로 경기침체를 맞고 있는데 남북경협마저 정치에 휘둘리면 남한의 경제적 재앙은 배가가 될 것이다.

남북경협이 북한 재건과 자유화에 이바지할 수 있으려면 오직 경제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남과 북의 분업 로드맵을 그려내야 한다. “우리민쪽끼리가 아닌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남북한의 협업 체계를 말이다.

 

장 대 성      201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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