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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한의 “생산 담당제” 개혁개방과 착각말라

북한 간부들은 국산담배 절대 안 피워.
북한의 국산은 주민들 속에서도 인정 못 받아.

나선 특별시 장마당


최근 탈북자 사회와 북한을 연구한다는 학자들 속에서 ‘장마당 경제’와 ‘생산 담당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과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김정은이 당장 ‘개혁개방’에 나서기라도 하는 것처럼 떠들고 있다. 물론 폐쇄된 북한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북한에서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유층이나 소위 장마당 경제, 기관기업소의 ‘생산 담당제’는 모두 김정은이 한순간에 제압할 수준에서 허용되고 있다.

 

장마당 경제나 ‘돈주’라는 말은 북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가을부터 허용한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 담당제’는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생산 담당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일부를 완화한 생산유연화 정책이다.

 

북한식 계획경제는 내용상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제품의 종류와 수량까지 일일이 지정한 현물과제와 그다음은 생산품을 팔아 화폐, 혹은 화폐로 환산할 수 있는 현금과제이다.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은 공장, 기업소들에 원료와 자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서 현물과제보다 현금과제에 치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미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계획경제에 의해 생산된 상품은 국가가 정한 가격, 즉 국정가격이 정해져 있다. 북한 당국이 더는 공장, 기업소들에 원료와 자재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장마당 가격과 국정가격의 구분도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사정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생산 담당제’가 도입됐다. ‘생산 담당제’는 60%의 국가현물계획과 나머지 40%의 ‘8.3 계획’으로 나뉘어 져 있다.

 

그러니까 총 생산량 가운데서 60%는 국가가 정한 현물계획이어야 한다. 예하면 철제일용품공장에서 한달에 국가계획으로 가위 6개, 식칼 6개를 만들라고 하면 적어도 가위 6개와 식칼 6개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60%를 제외한 40%가 ‘8.3 과제’ 즉 공장, 기업소 당위원회에서 집체적으로 토의하고 결정할 생산과제이다.

 

‘생산 담당제’를 도입했다 해도 공장, 기업소 당위원회가 자의적으로 생산물을 결정할 수가 없다. 철제일용품공장에서 공장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술을 생산하고, 설탕공장에서 자신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도끼나 낫을 생산해도 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철제일용품공장의 경우 국가계획으로 한달에 가위 6개, 식칼 6개를 생산한 다음 나머지 40%의 지분으로 철제일용공장의 설립목적에 맞는 호미와 낫을 만들어 팔수가 있다. 설탕공장 역시 백설탕과 흑설탕을 각각 한달에 6kg씩 생산하라는 생산계획이 떨어지면 해당된 국가계획을 수행해야 한다. 그 외에 설탕을 원료로 하는 사탕이나 호박엿을 만들 수 있다.

 

또 40%의 ‘8.3 계획’분으로 생산된 상품 중 원료비와 자재비를 뺀 순이익에서 30%는 무조건 국가에 바쳐야 한다. 순이익에서 30%를 국가에 바치고 남은 70%를 가지고 확대재생산과 종업원들에게 월급이 아닌 상여금을 주라는 의미이다. ‘8.3 과제’ 생산과 유통, 판매과정은 공장 당위원회가 철저히 감시하고 책임져야 한다.

 

만약 원료 구입으로부터 생산과 판매과정에 부정행위가 드러날 경우 부정을 저지른 자는 물론 공장 당위원회가 통째로 책임을 져야 한다. 보통 공장당위원회는 지배인과 기사장, 초급당위원장이 핵심인데 지금은 작업반장들과 세포위원장들, 청년동맹 비서와 직업동맹, 여성동맹 위원장들도 참가해야 한다.

 

의사결정 범위가 넓어진 만큼 감시하는 눈도 늘렸다는 것이다. ‘생산 담당제’가 도입됐음에도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원인은 생산범위를 제한하고 의사결정권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탓이기도 하다. 식료공장이나 옷 공장들은 중국에서 들여 온 원료와 자재를 이용해 생산을 할 수 있으나 강철공장이나 시멘트 공장은 무언가 만들 여지가 없다.

 

식품이나 일부 옷가지, 담배나 술을 제외한 생필품들은 이미 중국에서 만들어져 값싸게 장마당에 나와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고 뛰어들 공장, 기업소들이 없다. 북한은 최근 민주당 내 “친노 진영” 인사들의 평양방문 당시 생필품의 국산화를 자랑했다. 그런데 솔직히 북한에서 하급 간부들도 국산을 찾지 않는다. 술만 해도 국산은 알코올과 향, 지어 병과 상표까지 모두 중국에서 생산한 것이다. 식초나 당과류도 다 마찬가지이다.

 

간단한 예로 가짓수만 200여종에 이르는 북한의 국산 담배를 보자. ‘7.27’이나 ‘고양이’, ‘여명’, ‘동양’과 같은 담배는 북한의 장마당들에서도 비싼 국산 담배이다. 그런데 하급간부들조차 이런 비싼 담배를 뇌물로 요구하지 않는다. 값이 비싸서가 아니다. 그들이 피우는 담배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 연초회사에서 생산하는 장백산이다.

 

장백산 중에서도 북한 간부들이 뇌물로 제일 많이 요구하는 담배는 의외로 값이 제일 싼 빨간색 종이포장의 담배이다. 노란색 마분지로 곽을 만든 비싼 담배는 맛이 순해서 북한의 간부들이 잘 피지 않는다. 참고로 북한에서 장백산(長白山) 담배는 “집삼”으로 불린다. 종류에 따라 집삼 빨간색, 집산 금색, 집삼 흰색으로 나뉘고 있다.

 

상표만 바꾸었다고 국산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표만 바꾼 “가짜 국산”은 건강상이나 질적인 면에서 인체에 더 나쁘다는 것을 북한의 주민들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북한에서 국산으로 유일하게 인정받는 상품은 그램당 중국인민폐 70위안인 필로폰과 그램당 인민폐 30위안인 아편, 그 다음은 ‘정력제’로 불리는 북한산 비아그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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