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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시 ‘乙巳條約’과 ‘是日也放聲大哭’을 읊다

유엔 연설... ‘외교 주권’ 잊었나? 넘겼나?
‘위원장님’의 의중을 대변·역설하고...
‘인민공화국’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호소하고...

李  斧

 

1조 일본국정부는 재동경 외무성을 경유하여 금후 한국의 외국에 대한 관계 및 사무를 감리(監理), 지휘하며...

2.... 한국정부는 금후 일본국정부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는 국제적 성질을 가진 어떤 조약이나 약속도 하지 않기로....

3조 일본국정부는 그 대표자로 하여금 한국 황제폐하의 궐하에 1명의 통감(統監)을 두게 하며... ”

 

흔히 을사보호조약이라고 배웠다. 19051117일 제국주의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압(强壓)하여 맺은 국가 간의 약속이다. 말이 좋아 보호, 결국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이 가져가게 된 것이다. 5년 후에 대한제국은 망국(亡國)의 길을 간다. 그리고...

 

엊그제 국가 원수급의 경호를 받으며 뉴욕에 입성했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외무상이 짖어댄 거로 착각한 국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9일에는 핵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평화와 번영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다시 세계 앞에 섰습니다.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지난 926[현지 시각]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대표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가운데 연설을 하셨다.

그저 통 크게 해석하면,비핵화협상의 거간꾼에서 드디어 심부름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이 나라의 외교 주권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순순히 그렇게 했다고는 믿기 어렵다.

 

말짓거리와 거동으로는 그 연설하신 분의 칭찬 같이 김 위원장은 나이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하고, 연장자를 예우하는 예의도 갖추고 있다지만, 정작 북녘의 세습독재자와 그 똘마니들의 속내와 슬그머니 묵직하게 전달한 진짜 메시지는 혹여 이렇지 않을까.

 

  우리는 핵보유국이다. 아직 핵무기 맛이 어떤지 모르지? 까불면 어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그래도 이른바 비핵화’(非核化)를 논()하는데 이런 험한 말까지야 했을까 싶지만, 모를 일이다. 대놓고 했든 안 했든 익히 짐작되는 바도 있다.

  “너희들이 남녘 인민들에게 평화를 정착시켰느니 어쩌니 씨부리고 있다지만, 평화가 그저 하늘에서 떨어진 건 줄 아나? 우리가 하기에 따라 상황이 바뀐다는 걸 모른다고... 만일 우리가 동해안 쪽으로 미사일이라도 한방 갈기면, 너희 정권이 어찌될지 예측해 보시라우. 남녘 인민들이 가만있겠어. 그러니 너희가 입에 달고 다니는 평화는 우리가 개 목줄처럼 틀어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지. 그러니 시키는 대로...” 

 

이거이 바로 그 애비가 추구했던 대남(對南) 선군혁명(先軍革命) 노선이라 한다던가.

이런 상상과 전해 내려오는 바를 엮으면, 누구든 을사보호조약을 떠올려도 충분히 자연스럽다.

 

이 나라 외교 주권이 북녘 세습독재자에게 넘어갔음을 국제사회[유엔]에 떠벌린 꼴이 된 거 아닌가. 국제사회에 나가서 위원장님의 의중(意中)인민공화국의 정책을 대변·역설하고,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호소해 드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주목해야 할 점은 양키나라마저 세습독재자의 손아귀에서 핵무기를 내려놓게 하는북녘의 비핵화’(非核化)는 당분간 물 건너보낼 듯하다.


  

 “[비핵화까지] 2, 3, 또는 5개월이 걸리든 상관없다.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

"역사적이고, 감명 깊고, 아름다운" 돼지엽서를 받아 든 양키나라 통령의 말씀이다. 이를 보도한 아무개 일간지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썼지만, 글쎄...

이제 북녘은 핵무기를 손아귀에 쥔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받게 된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양키나라를 정조준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거나, 정 거시기하면 양키나라 인공위성에 사진이 찍히도록 살짝 뽀개기만 하면 를 맞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 나라는 그 핵무기에 짓눌리는 처지가 계속되는 것이다.

 

“... , 4천년의 강토와 5백년의 사직을 남에게 들어 바치고 2천만 생령들로 하여금 남의 노예 되게 하였으니... ! 원통한지고, !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과 기자 이래 4천년 국민 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을사보호조약체결 3일 뒤인 1120황성신문주필(主筆)이었던 장지연([張志淵) 선생은 그 신문 사설(社說)로 이렇게 적었다. 그리고 두 달여 옥고(獄苦)를 치뤘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가 구가되는 그런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연설하신 분의 생각에 그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本報 主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