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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양 ‘옥류관’육수의 비법은 개고기 우린물?

이야기에 앞서 북한이 1993옥류관 요리라고 낸 도서에서 밝힌 옥류관 냉면의 공식적인 식재료와 냉면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옥류관냉면 1인분 재료

 

메밀: 120그램

언감자 전분: 80그램

돼지고기: 20그램

소고기: 60그램

닭고기: 20그램

 

후춧가루: 3그램

동치미: 80그램

마늘: 3그램

: 50그램

 

고춧가루:0.5그램

실고추: 0.2그램

오이: 50그램

간장: 20그램

소금: 5그램

 

식초: 15그램

겨자: 3그램

참깨: 1그램

미원: 1그램

: 20그램

계란: 반알


- 국수사리

메밀가루와 언감자 가루를 섞어 소금 0.5그램이 든 60도 정도 물 45%로 반죽을 한다. 압출식으로 국수를 뽑아 98도의 물에 익혀서 15도 이하의 물에 씻어 사리를 만든다.

 

- 육수물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찬물에 충분히 담가 피를 깨끗이 뽑은 후 끓이면서 거품과 기름을 걷어낸다. 국물을 깨끗한 천에 받아내 식힌다. 이렇게 끓여서 식힌 고기국물에 동치미 국물을 1/3 정도로 섞는다.

 

- 고명과 양념

삶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얇게 썰어 놓는다. 닭고기는 가늘게 찢어 간장, 후추가루, 고춧가루, , 마늘, 식초 등을 섞어 일정시간 발효시킨 후 양념으로 쓴다. 오이를 엷게 썰어 연한 식초와 소금물에 담그어 놓는다. 계란은 실처럼 가늘게 썰고 파와 고추역시 실처럼 썬다. 동치미도 편육처럼 얇게 썬다.

 

- 국수 만들기

국수사리를 잘 추려 대접에 담은 후 그 위에 편육처럼 썬 동치미를 깔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얹는다. 양념을 놓고 그 위에 오이를 얹은 뒤 실처럼 썬 계란, , 고추를 보기 좋게 담는다. 고명에 닿지 않게 그릇 주위로 국물을 돌려 붓는다. 마지막에 참깨를 뿌린다. (식초, 간장, 겨자, 고춧가루, 닦은 참깨는 양념 통에 넣어 입맛에 맞게 조절해 넣을 수 있도록 한다)

 

 

북한 냉면에 대한 평가

 

, 위에 소개한 것이 평양 옥류관 냉면을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식당들은 모두 이 재료와 방법대로 냉면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도 평양냉면집이 많다. 한국의 평양냉면집들도 모두 옥류관 냉면의 맛을 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대로 아무리 노력 해봤자 평양 옥류관 냉면의 맛이 절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 왜냐면 냉면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인 육수의 재료가 다르니깐. 평양 옥류관 냉면의 육수는 그 방법이 아직까지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그런데 평양 옥류관 냉면의 육수 맛을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는 있다. 이를 알려면 먼저 북한의 유명한 냉면들에 대해 상식적으로 알아야 한다. 북한엔 일품을 자랑하는 몇 가지 냉면들이 있다. 또 평양 주민들이나 평양을 방문한 지방의 주민들이 여러 식당들에 들려 맛 볼수 있는 냉면들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옥류관 냉면'의 맛은 제각각이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많다. 

 

물론 옥류관 냉면의 맛이 좋다는 사람들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평양시만 해도 제노라는 냉면집들이 너무도 많다. 우선 청류관’, ‘류경관’, ‘모란각’, ‘해맞이식당’,‘만경대 천석식당(1천명 좌석)’칠골 국수집들에서 만들어 주민들이 쉽게 맛볼 수 있는 냉면들이 있다. ‘만경대 천석식당’의 냉면은 언감자 전분으로 국수사리를 만들어 독특한 맛을 낸다.

 

평양시에 살고 있는 일반 주민들도 맛 보기 어렵지만 인민무력부 장령(고위지휘관)식당이나 외교관식당, 호위사령부 장령(고위지휘관)식당들에서 만든 냉면도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 중 호위사령부 장령식당에서 만드는 냉면은 무농약, 무항생제로 키운 채소와 육류를 사용하고 맛도 옥류관 냉면을 뛰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도 옥류관 냉면과 경쟁을 하는 국수집들이 많다. 무엇보다 함경남도 함흥시 신흥관에서 만드는 전통방식의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으로 된 국수사리와 소고기 육수를 쓰고 있다. 함경남도 사람들은 신흥관에서 만든 냉면을 최고로 일러준다.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갈매기 식당이나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압록각냉면의 원조도 결국은 함흥냉면이었다.

 

함경북도 청진시 갈매기 식당과 양강도 혜산시 압록각에서 만드는 냉면은 현재 함흥냉면과 꼭 같이 감자전분에 소고기 육수를 쓰고 있다. 소고기 육수를 쓰면서 예전보다 맛이 나빠졌다는 사람들이 많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 식당들의 냉면 국물은 땅속에서 솟는 순수한 샘물에 하얀 설탕을 약간 섞은 것이었다.

 

양강도나 함경북도의 식당들에서 1990년대 지하수로 만든 냉면 국물은 고명과 그 위에 얹은 양념이 맛을 좌우한다. 설탕을 약간 섞은 냉면 국물은 고명과 양념을 섞는 순간 고추씨에서 우러난 빨간 색소와 마늘, 겨자의 독특한 향이 배인다. 닦은 콩기름이 많이 뜨나 육수물이 아니어서인지 의외로 맛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이외 명절이라든지 특별한 날에는 호박씨나 매주콩을 이용해 냉면을 만드는 습관도 있었다. 육류가 귀했던 조선시대 농사를 짓던 백성들은 샘물터에서 길러 온 찬물에 오이와 파를 썰어 넣어 만든 냉면을 즐겼다. 변변한 반찬이 없어도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고 거뜬하게 한 끼를 넘기기엔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 달라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동치미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김치의 한 종류였다. 냉면의 국물로 동치미와 육수를 사용하는 비법은 일본에서 전수되었다는 설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 이름 난 냉면집이라고 하면 당연히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 시절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의 값이 훨씬 비쌌다.

 

소고기 뼈를 우린 사골국은 우리 민족음식이다. 그러나 육수가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인지는 명확치 않다. 아무튼 일제 강점기 돈 꽤나 번다는 냉면집들은 동치미와 소고기 육수를 사용했다. 국수사리는 밀가루나 메밀가루, 전분 가루로 지방마다, 국수집마다 달라 수요자들의 기호를 맞추려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냉면집들에서 어느 날 갑자기 소고기 육수를 만들 수 없게 됐다. 때는 1942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태평양 전선이 확대되자 일제는 한반도에서 쌀과 소, 돼지를 마구 거두어 갔다. 당연히 소와 돼지의 도축을 통제했다. 소 도축이 금지되면서 육수를 해결할 수 없었던 냉면집들은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함흥시는 달랐다. 함흥시는 오히려 북한의 다른 지역들에서 구하기 힘든 소뼈나 내장을 아주 싼 가격으로 얻을 수 있었다. 다만 함흥시에 흔한 소뼈나 내장들을 다른 지역으로 유통시킬 수 없었다. 일제가 다른 지역에서 몰래 도축을 못하게끔 소뼈와 내장의 유통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소와 돼지는 함흥에서 도축돼 흥남항을 거쳐 일본 본토로 실려 갔다. 함흥시에 있는 냉면집들은 소뼈나 부산물들을 이용해 싼 값에 육수를 만들 수 있었다. 대신 냉면의 본좌임을 자처하던 평양의 국수집들은 동치미 국물로 맛을 살려야 했다. 어떻게 하면 소고기를 대신할 값싼 육수를 만들 수 있을까? 두루 궁리를 하던 누군가가 새로운 육수를 훌륭히 만들어 냈다.

 

새로 만들어 낸 육수는 소고기로 만든 육수보다 훨씬 맛이 진하고 담백했다. 이 육수의 비법은 일본 사람들에게 절대로 알려지면 안됐다. 만약 알려지게 되면 일본 사람들은 물론 한국 사람들에게도 혐오감을 줄 수 있었다. 국수집도 망하고 국수집 주인은 맞아죽기 십상인 육수였다. 때문에 해방 전까지 평양에서 새로운 육수로 만드는 냉면은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그 비법은 해방과 함께 사장되었다. 그 시절 일제의 수탈로 하여 함흥냉면은 육수, 평양냉면은 동치미로 갈라졌다.

 

 

평양 옥류관 냉면’ 육수의 실체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소련에서 밀가루를 수입해 들였다. 배급소들에서 쌀 대신 밀가루를 식량으로 공급했고 가끔은 밀가루로 만든 압출국수를 식량으로 공급했다. 북한의 산간지대는 감자전분 국수가 유명하다 했는데 사실 그 때엔 감자전분 국수를 먹기 힘들었다. 뙈기밭 농사를 엄격히 통제한데다 산간지대 협동농장들은 주로 밀과 보리를 심었기 때문이었다.

 

북부산간지대 협동농장들에서 감자를 대대적으로 심기 시작한 것은 1981년부터였다. 협동농장마다 감자만 심게 되자 배급으로 주는 밀이나 밀가루가 귀한 식량이 돼버렸다. 당시 평양에 사는 나의 사촌 누이가 고향인 마을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그는 여기서 심은 감자는 모두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말했다. 내가 왜 감자를 심어 미국 놈들에게 주냐?”라고 질문하자 사촌 누이는 미국 놈들에게 맛없는 감자를 주고 대신 쌀을 받는다고 대답했다. 미국 놈들이 그렇게 돌대가리들인가? 어렸을 때 사촌누이의 말에서 묘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70년대 내가 살던 마을엔 평양에서 추방돼 내려왔다는 늙은 부부가 있었다. 자식들이 6.25전쟁 때 모두 남한으로 내려갔고 그로 하여 추방됐다는 외로운 부부였다. 그들은 해방 전 평양에서 국수집을 운영했고 냉면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추억했다. 할아버지는 담배를 안 피웠는데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에도 평양 옥류관 냉면은 유명했다. 이들 노부부는 옥류관에서 육수를 만드는 사람과 친구이고 지금도 평양에 갈 수 있다면 옥류관국수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들 부부는 마을 주민들이 배급으로 받아 온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국수를 만들어 주는 대가로 겨울철 땔감으로 쓸 나무 15쪽씩 받았다. 그때까지 북한은 산림이 무성했고 농촌에는 땔감이 많았다. 하건만 늙은 노부부는 다른 집들에 흔한 땔감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마음씨가 고와서인지 겨울철이면 마을 사람들이 땔감을 보태주기도 했다. 고기가 흔치 않았던 70년대 나는 육수가 무엇인지, 육수와 동치미로 만든 냉면의 맛이 어떤지 몰랐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옥류관 냉면육수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역사 자료들을 찾아보면 일제가 한반도에서 진돗개와 풍산개만 남겨두고 다른 개 품종은 씨를 말렸다고 하는데 이는 정답이 아니다. 일제가 진돗개와 풍산개를 장려했으나 마을 주민들은 똥개라고 불리는 혼혈종 개들을 많이 키웠다. 일본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기에 태평양 전쟁시기 한반도에서 소와 돼지를 마구 도축해 가면서도 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소 도축이 금지되면서 육수를 얻을 수 없었던 평양 사람들이 소를 대신한 것이 개였다. 개고기로 만든 육수는 소고기로 만든 육수보다 맛이 좋았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이 개고기 육수로 만든 냉면집에 줄을 지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개고기 육수로 만든 냉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국수집 주인들은 통쾌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평양냉면에 쓰이는 동치미도 무로 만들지 않았다. 함경도 지방에서 만드는 갓을 동치미 재료로 쓴다는 것이었다.

 

그들 부부는 평양 옥류관 냉면의 육수 재료가 개고기였다고 늘 강조했다. 평양 옥류관 냉면의 맛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 글을 읽고 한번 냉면의 육수를 개고기로 바꾸어 보라, 동치미도 갓으로 만들어 보라. 그리고 옥류관 냉면의 맛과 비교해 보라. 남한의 귀빈들을 데리고 옥류관에 찾아 간 김정은이 일본인들에게 개고기 육수를 대접하며 통쾌함을 느꼈던 평양 사람들의 심정이었으리라. “너희들 개 도축을 금지했다며? 그런데 너희들 지금 개고기를 우린 물에 국수를 말아 쳐드시는 줄 꿈에도 생각 못하겠지? 옥류관 냉면 육수에 속듯이 너희들은 나에게 속을 수밖에 없어… ㅋㅋ